Google Interactive Developer이자 Designer 김종민님의 저서.

이 책의 저자인 종민님을 알게된 것은 한 커뮤니티에 ‘구글에서 입사 제의 받은 포트폴리오‘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하나의 글 때문이었다. 개발자인 동시에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시는, 그것도 구글에서 UX 디자이너로써 일하고 있는 한국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 분야에 대해 조언을 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그렇게 이분의 유튜브도 구독해서 영상들을 재밌게 봤고 몇 주 전 책을 구매해서 하루만에 완독하고 그 후기를 써본다. 책 제목이 자기계발서로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24살에 고졸PC방 알바생으로 시작해서 10년 뒤 구글 엔지니어가 되기까지의 경험을 담은 것이고, 나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좋아하고, 무슨 일을 하고 싶으며, 어떤 작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고민할 수 있었다. 책 앞부분에서 언급하는데 개정 전 책 제목인 <인터랙티브 디자이너=""> 대신 새로운 이 제목을 선정했는지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를 보면 알 수 있다.

개발자들의 꿈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에 입사한 한국인이라는 소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고졸이라는 학력에 해외 유학 한번 가지 않고도 어떻게 뉴욕에서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의 10년간의 생각, 실천, 노력, 그리고 그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비슷한 길을 가고 싶은 사람으로서 아주 재밌게 읽었다. 책 자체는 두껍지만 재밌는 일화들과 포트폴리오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 있어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일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정말 본인의 자아발전을 위해서, 또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는가를 정의하는, 삶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나만의 일을 하는 모습을 꿈꿨다.

디자인하는 개발자, 개발하는 디자이너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나는 디자인하는 개발자가 될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렸을 때 부터 제일 많이 했던 일 중 하나가 그림 그리기, 컴퓨터하기였으니까 아무래도 잘 하고 자연스레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일찍 흥미와 적성을 찾은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줄곧 이런 프론트엔드 개발자도 아니고 디자이너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으로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IT기업의 채용 포지션을 봐도 FE, BE, App, Data Scientist, Researcher 등으로 구성된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없다면 내가 개척하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 중에 인터랙티브 디벨로퍼(interactive developer)와 UX엔지니어라는 직함이 구글에 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디자이너+개발자를 생각하고 있지만 디자인과 코드를 동시에 하는 직종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가 가능하다.

  • Frontend Engineer
  • Interactive Developer
  • UX Engineer
  • Designer (Motion designer, Visual designer)

직종은 시장의 요구에 따라, 혹은 기술의 변화에 따라 항상 다르게 불릴 수 있다. 직업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없다면 내가 만들면 된다. 10년 뒤에 어떤 직종이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 앞으로 반드시 필요하게 될 AI-인간 간의 인터랙션을 디자인할 수 있는 개발자를 꿈꾸며 실력과 경험을 쌓아가야겠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디자인, 모션, 인터랙션 같은 딱 잘라 설명하기 힘든 내공이다. 해외 취업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나는 어떻게 그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채로, 고졸 출신으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회사에서 멘토님 중 한분과 해외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 있다. 나중에 한국에서 30–40대 쯤 시니어 개발자가 되어 오퍼를 받아도 해외취업을 선뜻 하기 어려운 이유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도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마련한 집, 가정, 인간관계 등 포기해야 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정을 꾸린 상황에서는 더욱 낯선 땅에서 큰 도전을 하기 힘들어진다. 가능한 일찍, 젊을 때 나가면 좋은건 사실이다.

그런 내가 본격적으로 해외 취업을 준비한 계기는 한국에선 더는 성장할 수 없다고 느꼈을 때였다. (중략)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뭔가를 만드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였다. 1970년 미싱사였던 어머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작업자로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좁은 우물이 아닌 큰 바다로 나가야 할 시기라고 느꼈다.

책에서 해외취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부터 시작해서 어플라이, 인터뷰, 오퍼레터, 비자(해외취업에서 중요하다), 집과 생활비, 해외이사와 미국에서 해야 할 일, 그리고 영주권 까지 이야기를 해주어 상당히 도움이 됐다.

문제는 라이브러리를 사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자신의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그때 본인의 실력에 대해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컬렉터(Collector)가 되기 쉽다. 컬렉터란, 실력을 쌓는데 시간을 쓰기보단 라이브러리를 수집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런 습관은 처음엔 괜찮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옭아매는 덫이 된다.

요즘에는 정말 많은 편리한 라이브러리, 툴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비개발자도 코딩 없이 웹, 앱 개발을 가능하도록 하는 노코드(nocode) 기술들이 주목받고 있다. 비단 앱과 웹과 같은 서비스 뿐 아니라 AI도 코딩 없이 할 수 있도록 등장한다는 것이다. 빠른 개발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편리한 기술들을 이용하고자 할 때가 많은데, 이렇게 쌓은 경험들이 정말 자신의 개발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말이 불편한 옛 기술을 추구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Flash에서 HTML5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저자가 그랬듯, 개발자는 늘 새로운 기술들에 주목하고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편리함만 추구하다보면 저자가 말한대로 실질적인 코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지고, 툴에서 제공하는 한정된 기능만을 사용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하는 디자이너가 기존의 라이브러리와 툴만으로 과연 얼마나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롭고 혁신적인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는 다른 사람이 만든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기보다는 필요한 기능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라이브러리는 다양한 환경에서 구동되어야 하므로 불필요한 코드가 붙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에서 생기는 퍼포먼스 이슈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인데 FFF 프로젝트 역시 최소한의 라이브러리만을 사용했다.

각종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고 앞서 ‘구글에서 입사 제의 받은 포트폴리오’라는 이름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의 Form Follows Function(FFF) 프로젝트도 jQuery 내부의 불필요한 과정(크로스 브라우징을 위한 과정)을 줄여서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 JavaScript를 이용해 구현했다는 점에서, 저자가 얼마나 원초적인 코드의 구현을 바탕으로 인터랙티브한 결과물을 구현해내는지 그 능력에 감탄을 함과 동시에 구글에 입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5장에서 소개된 5가지 개인 프로젝트는 이 책이 두꺼운 이유 중 7할 이상일 듯 하다.

뉴욕에 온 지 얼마 안된 풋내기였던 내가 나의 기술로 뉴욕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아주 값진 경험을 했던 프로젝트였다.

‘디자인하는 개발자’를 꿈꾸는 내게 저자 종민님은 훌륭한 멘토이다. 개발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디자이너도 아닌 자칫하면 이도저도 아닌 포지션이지만, 나는 그게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생각, 경험, 일에 대한 가치관 등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다. 나 역시 일을 통해 매일매일 나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이 즐겁다. 그러나 책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생각에 내가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데 인맥에 대해 ‘세상에 당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찾는 비겁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던 젊은 날의 그의 생각(물론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에는 나는 인맥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이용이 아니라면 인맥은 개인의 꿈을 이루기 위한 지름길이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외 대학에 대한 생각, 선민의식, 노력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해서 가치관에 조금은 다른 부분들도 찾을 수 있었다.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대학의 역할, 일 그리고 커리어에 대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학사과정을 졸업 후 남들이 하니까 관성적으로(혹은 남학생의 경우 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에 많이 부정적인 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생각을 좀 더 가다듬은 후 언젠가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한다.

조금은 두서없지만 나의 생각을 많이 담은 후기였다. 여기까지 읽었는데, ‘나도 구글에 입사할 수 있도록 저자와 같은 노력을 해야겠다’라는 잘못된 교훈을 가져가지 않도록 저자의 말을 빌려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구글 같은 회사가 나를 원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라는 얘기다. 
회사는 성장의 도구이지 삶의 목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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