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왓챠 구독을 시작했다.
이미 내가 구독해놓은 넷플릭스로 울가족이, 특히 아빠가 잘 보고 있지만… 왓챠에 있는 컨텐츠들이 궁금해서 구독을 시작해봤다.
왓챠를 구독하고, 오늘 실리콘밸리를 마지막 화까지 다 본 후 이런저런 떠오르는 생각들을 가볍고 두서없이 적어봤다. 그러려고 만든 블로그이니까.
사실 내가 왓챠를 처음 써보는 건 아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왓챠가 넷플릭스와 같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향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검색해보니 2016년에 ‘왓챠플레이’로 OTT 런칭했다) 그 전에는 영화평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르 추천받는 서비스였다. 영화를 좋아하는 2012-13년 무렵 중학생이었던 나는 내가 본 영화들을 기록해두고, 볼만한 영화를 추천 받고자 왓챠에 내가 봤던 영화들의 별점을 매기며 일일히 기록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왓챠를 잘 쓰고 있다가 어느 시점부터 UI 개편이 이루어지고, ‘추천’이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기능들의 추가 덕에 사용성이 매우매우 떨어져서(기억에 이 당시 후기가 정말 안좋았다) 나도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고 슬슬 기억에서 잊혀져 갔던 것 같다. 그사이 왓챠는 ‘왓챠플레이’라는 OTT 서비스를 내놓고, 왓챠와 왓챠플레이 두가지 서비스가 있게 되었다. 어느새 평점을 기록하고 영화를 추천해주는 왓챠는 OTT에 흡수되어 사라지고 ‘왓챠’는 OTT서비스가 되었다.
찾아보니 예전에 내가 쓰던 왓챠는 왓챠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데이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나중에 시간될 때 확인해봐야지.
추천시스템(Recommender System)으로 시작한 왓챠, 그리고 아직까지는 꽤 성공적으로 국내에서 안착해서 서비스 중인 것으로 보이는 왓챠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이상하게 거실의 스마트TV 마켓에 들어가도 왓챠 앱이 안보였다. 분명 스마트TV인데 이상했다. 연식이 되어 지원이 안되는 것인가 싶었다. 그러다 야밤에 문득 크롬캐스트 4K를 구매해야하나 싶다가 문득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한 TV여서 지역설정이 달라 국내 OTT앱이 지원이 안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 구석 어딘가에서 IR센서가 달린 G3 cat6 공기계를 꺼내서 서비스 리모컨으로 locale 설정 글을 보면서 locale 설정을 바꿔주니 해주니 말끔히 해결! 깔끔히 돌아가는 앱과 벌써 영화 2개를 본 아빠를 보니 괜히 뿌듯하다.
무한도전, 체르노빌 등등..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던 또 다른 컨텐츠들이 많다.
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예전에 시즌3까지 매우매우 재밌게 봤던 HBO 드라마 실리콘밸리
정말정말 웃김…
미드 실리콘밸리는 제목 그대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는 개발자들의 모습을 담은 코미디 시트콤이다.
중학생때 빅뱅이론을 시즌7인가까지 재밌게 보다가 나중에는 처음의 그 느낌이 안나서 완주 하진 않았지만 미드 실리콘밸리도 빅뱅이론과 비슷하게 너드들이 잔뜩 등장한다.
분산인터넷을 개발하는 piped piper이라는 회사.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개성이 강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스타트업이라면 넘어야할 여러 고난과 역경 특히 투자금 확보와 같은 비즈니스적인 측면까지 재밌게 보여주고 있다.
유머코드가 좀 상스러운 면이 있고 인종차별적인 요소들이 다분하다는 점 때문에 선뜻 추천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그리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기업은 현실 속 빅테크 기업이나 실존인물들을 언급되는 등 가상의 설정과 현실이 섞여있다. 드라마에 에릭 슈미트, 일론 머스크, 그리고 마지막 화에는 빌 게이츠까지 카메오로 깜짝 등장한다. IT기업들에 대한 풍자나 개발자라면 알아들을 유머가 가득하다.
꼭 언젠가 실리콘밸리에 진출해서, 혁신적인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시즌1 첫 화에서 IT기업들이 특히 테크 스타트업이 하나 같이 하는 멘트 We’re making the world better place’를 풍자한다) 창업을 하고 싶은, 아니 꼭 할 내게 취향저격인 드라마일 수 밖에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사실 또 한번 크게 우울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주에는 비가 좀 자주와서 출근하기가 귀찮아 집에 박혀있는 시간이 길기도 했고, 늘 그렇듯 미래와 인생에 대한 고민으로.
스스로를 늘 도전을 즐기는 편이고, 남들 따라 정해진 길만 걷는 인생은 무료하고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진로에 있어서는 가끔 신중함이라는 명목하에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고, 나름 성공한 선배들과 개발자들이 지나갔던 코스를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을 느낄때가 종종 있다.
우습게도 시즌6 (감동적인) 마지막 화를 보며 위로를 얻었다. 인생 뭐 있냐. ‘창업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개척자 정신 혹은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 강연이나 수업에서 정의를 읽어주며 설명하는 것 보다 이 드라마 한번 보는게 더 효과적으로 내가 그 정신을 갖고자 하느데 도움이 된 것 보다.
틈틈이 봐야지 하다가 결국 시즌6 마지막 화까지 다 봤다. 드라마 끝까지 잘 보지 못하는 나임에도 종영을 아쉬워하며 봤다는건, 그 정도로 드라마가 재밌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내게 이건 인생드라마다.
꼭 가까운 미래에 silicon valley guy가 되어있는 나를 상상하며 드라마 속 구절로 마무리한다.
Welcome to Silicon 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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